실리콘밸리 면접 깨알 TIP 1

재킷 입고 면접 보는 사람이 없다

다음 중,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옷차림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 비즈니스 캐주얼(포멀한 재킷과 슬랙스 바지, 운동화)
2. 학생 시절 입던 후줄근한 맨투맨과 무릎이 훤히 보이는 찢어진 청바지
3. 꽃무늬가 들어간 하와이안 반팔 셔츠와 면바지, 눈썹 피어싱과 목 타투
4.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로고가 떡하니 박힌 티셔츠, 커다란 금목걸이

조금 과장했지만, 답은 1번이다. 물론 그게 나였다. 실리콘밸리에서 나를 제외하고 재킷이나 코트를 입고 면접에 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4번 모두 내가 있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와서 성공적으로 통과했던 지원자들이다.

어떤 옷을 입어도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다만, 희한하게도 여기선 양팔을 뒤덮는 타투보다 정장 같은 차림을 더 불편해한다. 아무래도 딱딱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의 매니저는 이에 관련해서 이렇게 말했다. “We are not a bank in Manhattan”

사내 면접은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8시간까지 이어지는데 큰 회사일수록 면접 시간이 더 길다. 들어가게 될 팀의 팀원들과 각각 개별 면접을 1시간씩 보기 때문에 오래 걸리는데 체력 소모가 무척 심하다.

 

분위기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라

면접 카테고리는 크게 casual talk와 technical interview로 나눌 수 있는데, casual talk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석사 졸업 직전 애플에서 Design Engineer 포지션으로 면접을 봤을 때, 인사-악수를 간단히 하더니 바로 테크니컬한 질문을 쉼 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재차 강조하지만, 회사마다 원하는 게 천차만별이고 같은 회사라도 팀에 따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이 모든 회사의 면접 과정과 분위기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과는 달리 공평성도 덜한 것 같고 일관성도 부족해, 그때그때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 필수다.

메르세데스 벤츠 Future Transportation 팀에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나는 casual talk에 대비해 여러 가지 질문을 예상해서 답안을 준비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없어 필요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난처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보다 유용한 표현을 생각해두고 거기서 변형해 나갔다. 특히 나의 슬로건이나 기반이 되는 표현을 하나 정도 생각해두면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이 뻗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90%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가?
• 왜 우리 회사 / 우리 팀인가?
• 너의 가장 큰 장점 / 단점은 무엇인가?
• 가장 친한 친구는 나를 어떻게 묘사할까?

이를 바탕으로 내 슬로건인 “extraordinary design for the ordinary”(일반인들을 위한 비 일반적인 디자인)에 맞게 답변을 만들었고, 다음과 같이 즉흥적으로 조금씩 변화시켰다.

• (내 슬로건을 이야기하며) 현재 회사/대학원에서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 그런 소비자들을 직접 대할 기회를 찾고 있다.
• (내 슬로건을 이야기하며) 이 회사의 대표 가치 중 하나인 A가 내 디자인 철학과 잘 맞고, 내가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으리라 느꼈다.
• (내 슬로건을 이야기하며) 나는 crazy idea를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고 그것이 나만이 잘할 수 있는 점이다. 가끔 내 디자인이 모든 소비자를 포용할 수 없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사용자 경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장기적으로는 트렌드에 뒤처지는 소비자들도 그 기준에 언젠가는 부합하게 될 것이다.

 

테크니컬 면접에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진다

Casual talk는 한국의 여느 회사 인성 면접과 다르지 않다. 분위기만 조금 더 밝고, 사적으로 대화하는 느낌이다. 반면, 테크니컬 면접이 시작되면 바로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테크니컬 면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1주일 전부터 내게 디자인 과제를 주고 그것을 가져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포트폴리오 리뷰다.

디자인 과제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해당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직결된 주제를 낸다. 결과물로는 User flow, wireframes, mock up screens를 제출하게 한다. 벤츠에서는 내게 밴을 이용한 물품 배송 효율을 늘릴 수 있는 디자인과, 시간당 배송 속도를 늘릴 수 있는 플랫폼을 고안하는 과제를 줬다.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어떤 것도 혁신적인 디자인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고,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세분화해서 묘사하기로 했다.

면접 당일, 반짝거리는 유리로 만들어진 웅장한 오피스를 상상했던 나는 회사에 들어선 순간 조금 당황했다. 분명 적어준 주소에 도착했는데, 낡은 창고들이 즐비한 곳 한가운데 큰 차고가 있었다. 그때 아래에서 위로 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더니 매니저가 나와 나를 맞아줬다.

면접 당일, 반짝거리는 유리로 만들어진 웅장한 오피스를 상상했던 나는 회사에 들어선 순간 조금 당황했다. 분명 적어준 주소에 도착했는데, 낡은 창고들이 즐비한 곳 한가운데 큰 차고가 있었다. 그때 아래에서 위로 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더니 매니저가 나와 나를 맞아줬다.

계속되는 대기업들과의 빡빡한 인터뷰에 지쳐있는 데다 대부분의 인터뷰를 말아먹고 풀이 죽어있던 상황이라 일단 나는 첫 마디를 기다렸다. 지금까지 면접에서는 대체로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데, 네가 여기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해달라”라는 식으로 질문이 날아왔다. 그런 상황을 예상하던 중 뜬금없는 질문이 들어왔다.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나요?”

알고 보니 그곳은 pet-friendly 오피스였으며, 매니저는 일주일에 세 번 강아지를 데려와 일하고 있었다. 나는 중형 비글 ‘어니’를 쓰다듬으며 미팅룸에 들어섰다. 미팅 룸 내부에는 소파와 빈백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의자가 아닌 소파에 매니저, 두 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앉자 긴장이 금방 풀어졌다. 처음에는 평이하게 시작했다. 내가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이유, 학교에서 배운 지식, 지구 반대편의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 등을 찬찬히 설명했다.

“Congratulations! We are happy to give you an offer”

테크니컬 인터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처음 40분은 whiteboarding 세션, 그 뒤에는 1시간 동안 나의 디자인 과제, 포트폴리오 리뷰, 그리고 Q&A 세션을 가졌다. Whiteboarding은 가상의 주제를 가지고 화이트보드에 브레인스토밍하듯 자유롭게 user flow와 wireframe을 그려가며 의견을 늘어놓는 시간으로, 팀의 미팅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면접이기 때문에 내가 절반 이상은 이야기해야 했는데, 쉴새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말을 버벅대기도 했다. 한 엔지니어는 말이 너무 빨라서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아이디어를 설명하다 보면 어떤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해 설명하기도 하는데, 매니저가 잠시 끼어들어 큰 그림을 보도록 방향을 다잡아줬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두 번째 세션에서 준비한 디자인 과제를 설명했다. 여기서는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도 자주 들어오는데,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옳고 그름이 없어서다. 의견을 너무 강하게 어필하면 자연스레 그 디자인의 약점이 부각되지만, 반대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면 소신 없는 디자이너로 보이기 때문에 적당히 줄다리기해야 했다.

나는 논리의 단순화를 위해 유저 분석 단계에서 범위를 좁게 설정했는데, 내가 포함하지 않은 사용자군에 관련된 질문이 들어와 난처하기도 했다.

8시간씩 걸리는 대기업의 인터뷰와 달리 팀이 작아서인지 2시간 만에 면접이 끝났다. 시간이 폭풍같이 지나가 집에 돌아오는 내내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는 말 그대로 ‘멍’때린 상태였다. 다음 날인 토요일, 점심에 느지막이 일어나 인터넷을 배회하다가 불현듯 내가 했던 디자인 과제에서 더 단순하고 직접적인 솔루션이 떠올랐다.

(계속되는 면접으로 워낙 진이 빠져 사실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다.) 다 지나간 뒤에 떠오르면 뭐하나 싶었지만 혹시 모른다는 마음에 이메일 창을 열고 얼른 아이디어를 적어 나갔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씨름했을까. 정리를 마치고 발송을 누르려는 찰나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다.

“Congratulations! We are happy to give you an offer. An official offer letter will be sent shortly from HR.” 나는 노트북을 덮고 오늘 저녁은 내가 산다고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체스터 조
Triplebyte 디자이너 | 실리콘밸리 인재채용 플랫폼 Triplebyte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미국유학부터 취업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