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다_좋은 책을 실패 없이 잘 고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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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시련을 겪는다

지금 내 작업실 책상 위에는 세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박연준 작가의 신작 산문집 <모월모일>, 이승우 작가의 소설<식물들의 사생활>, 미셸 우엘백의 소설 <소립자>. 각각 207쪽, 293쪽, 300쪽 분량의 책들이다. 고개를 들어 맞은편 책장을 바라본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처럼 두꺼운 책(751쪽)도 있고, 아니 에르노의<사건>처럼 얇은 책(84쪽)도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되는 두께의 책이 대부분이다.

약 250 페이지가량의 소설책을 상상해보자. 책을 완독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책의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 천차만별인지라 ‘평균 소요 시간’을 가늠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보통 두세 시간 정도 걸린다. 독서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활동이다. 고도의 집중력, 능동적 사고, 충분한 시간을 요구하는 행위다. 다른 활동과 병행하기도 어렵고, ‘2배속 시청’처럼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압축하기도 어렵다. 책을 대여하지 않고 구매했다면 비용도 발생한다. 이에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과 직면하게 된다. 

“실패 없이, 한 번에, 좋은 책을, 잘 고르고 싶다.”

’영화 평론가이자 작가인 이동진은 자신의 저서 <이동진 독서법>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책을 많이 산 사람 중 하나인 동시에 책에 관한 한 많이 실패한 사람일 것입니다. 워낙 많이 샀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했던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 시행착오가 괜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만 7천여 권의 책을 소유할 만큼 이름난 다독가인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많은 책을 사고 모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책을 잘 고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 목차와 서문을 확인하자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책을 구매하는 게 망설여진다면 일단 책의 목차와 서문을 읽어보자. 목차를 통해 책의 구조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서문을 통해 작가의 필력이 어떤지, 번역은 매끄러운지 등을 알 수 있다. 서문은 우리에게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뭔지,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떤지도 알려준다. 꼭 눈여겨보도록 하자. 경험상, 목차와 서문이 훌륭한 책은 본문도 훌륭하다.

 

두 번째, 독립서점의 큐레이션을 이용하자

최근 들어 내가 자주 쓰는 방법으로, 늘 비슷비슷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에 지친 사람이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삽화가 예쁜 책, 여성의 글쓰기 책, 환경문제에 관한 책, 시인이 쓴 산문집 등 다양하고도 섬세한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내 관심사에 꼭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다. 그뿐인가.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고도 신중하게 책을 추천해주는 책방 주인도 늘 곁에 있다(카운터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책을 보고 있는 책방 주인의 얼굴은 어딘가 단단하고 귀여운 도토리 같다). 자타가 공인하는 ‘책덕후’들이 한 땀 한 땀 엄선한 책이니 믿고 읽어봄 직하다.

 

세 번째, 바로 ‘작가 꼬리물기’다.

십여 년간 책을 열심히 읽어오면서 가장 많이 의지한 방법이다. 책을 읽다 보면 ‘좋아하는 작가’가 어느 순간부터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해당 작가의 전작, 신작을 모두 찾아 읽어보자.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다른 작가의 책도 따라 읽어보자. 예를 들자면, 박연준 시인의 <소란>을 읽고 반해 그녀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보고, 그녀가 좋아한다는 존 버거,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찾아 읽는 식이다.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꽤 높은 확률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잘 고르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늘어놓았으니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나라에서 한 해 약 4만 권의 책이 출간된다. 기존의 책들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모래사장의 모래알 수 만큼이나 많은 책이 존재한다. 이쯤 되면 이 글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 봐야 한다. 책을 고르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는 해도 매번, 실패 없이, 한 번에, 좋은 책을 잘 고를 수 있을까? 실패할 가능성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완벽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책을 고를 때 따라오는 실패는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앞으로도 종종 재미없는 책을 읽다 과감히 덮어야 하고, 두 번 다시는 펴보지 않을 책을 모아 중고서점에 내다 팔아야 하며, ‘종이류’라고 써진 분리수거 통 안으로 집어넣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결말이 허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을 위해, 유명인이 건넨 심심한 위로를 덧붙인다.

“어떤 책을 뽑게 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거라고 저는 늘 생각합니다. 자기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와 조응하는 책이 나오는 것이죠.”_김영하

 

우리가 오늘 서점에서, 혹은 집에 있는 책장에서 어떤 책을 뽑았다면, 그 ‘의미심장한 순간’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이것은 ‘좋은 책을 고르는 데 성공했는가’하는 성패 여부와는 무관하다. 책을 ‘고른다’는 것은, 내가 ‘어떤 책에 반응했는가’ 혹은 ‘현재의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문제일 수 있다.

가만히 살펴보자. 나는 오늘 어떤 책을 골랐는가.


 

책을 잘 고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 가지 방법

1. 목차와 서문을 확인하자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책을 구매하는게 망설여 진다면, 일단 책의 목차와 서문을 읽어보자

2. 독립 서점의 큐레이션을 이용하자

삽화가 예쁜 책, 여성의 글쓰기 책, 환경문제에 관한 책, 시인이 쓴 산문집 등 다양하고도 섬세한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내 관심사에 꼭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다. 그뿐인가.

3. 작가의 꼬리를 물어라

좋아하는 작가의 전작, 신작을 모두 찾아 읽어보자.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다른 작가의 책을 따라 읽어보자. 꽤 높은 확률로 좋은 책을 찾을 수 있다. 

1 COMMENT

  1. 책 잘 고르는 방법 감사해요 🙂 저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둘러보면서 장르 상관없이 끌리는 소재의 책을 선호해요 🙂 책을 고르기 전에 표지 디자인에 먼저 눈길이 가고, 그 다음에 목차와 뒷표지의 간단한 문구를 읽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