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랜차이즈에서 배운 것들

143

이자카야에 퍼진 커피 향 

늦은 나이에 군 전역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걱정, 특히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난 두려움이 많았다. 막연했지만 커피와 관련된 서비스 직종이 내 적성에 맞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제대 후 나의 첫 직장은 커피 전문점이 아닌 이자카야였다. 물론 술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없진 않았지만, 둔해진 사회생활에 빨리 적응하자는 생각도 있었다.  

첫 출근을 하는 순간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 실장님을 주축으로 2명의 주방 직원들까지 모두 진지하게 일에 임했다. 음식을 대하든, 손님을 대하든, 사케를 대하든 매번 프로페셔널했다. 이곳에서 배운 성실한 자세와 투철한 직업 정신은 이후 나의 일과 관련된 태도나 카페 운영 등에 큰 밑바탕이  되었다.

그렇게 일하던 어느 날 실장님이 직원들에게 직접 커피를 만들어 주겠다며 핸드 드립 세트를 매장에 가지고 오셨다. 한 손에 잡히는 섬세한 드립머신,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사근거리던 기계의 소리, 눈송이처럼 소복이 쌓이는 커피 가루, 건조한 입자들이 물과 만나 폭발하는 향기. 이자카야와 어울리지 않던 그 모습들이 어찌나 멋져 보였는지. 그때 주셨던 커피에선 새콤달콤한 과일의 맛까지 하나하나 느껴졌다.  커피장이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이 다시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커피스미스, 커피 첫 직장

“그래 커피를 공부하자”라는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이자카야 대표님께서 ‘커피스미스’ 프랜차이즈 광주점을 오픈할 건데 함께 일해 보는 게 어떠냐며 제안을 했다. 그토록 간절했던 카페에서의  업무를 시작하면서 곧바로 이태원 본사에 인턴 교육을 받으러 갔다.

교육은 3명씩 한 조. 3시간의 이론교육, 3시간의 현장 근무를 형태로 하루 6시간씩 2주간 이어졌다. 조별로 담당 슈퍼바이저(교육 매니저) 아래서 주문받는 법, 메뉴 제조법, 픽업하는 법 등을 교육받았다.

이후 광주점에 돌아온 뒤 15개월 정도 근무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퇴사할 때쯤엔 커피 추출부터 라떼아트 만들기까지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커피머신의 관리요령과 세팅 법, 카페에 필요한 전반적인 관리법. 재고, 발주, 상미 기한, 청소하는 법 등 세부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투썸플레이스, 디저트를 배우다 

두 번째 매장은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였다. 근무 조건은 대가 포함된 월급 135만 원, 주 1회 휴무, 하루 10시간 근무와 30분의 휴게시간이었다. 휴가 및 월차 내지 연차는 아예 없었다(*페이와 근무 조건은 지역별,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워낙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이기에 디저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가 나는 가장  궁금했다. 

CJ 산하의 대기업 계열사라 그런지, 개인 가맹점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매뉴얼에 의해 운영됐다. 특히 커피뿐만 아니라 케이크 관리 요령부터 포장지, 데코레이션까지 디저트 관리에 필요한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투썸플레이스에서는 근무자들이 직접 디저트를 데코레이션 해야 했다.  케이크에 아주 조그만 손상이 가도 폐기했고, 폐기되는 품목의 금액은 전부 개인에게 부담시켰다. 디저트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야박한(?) 근무조건 탓에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드롭탑, 매너리즘에 빠지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프랜차이즈 근무는 ‘드롭탑’에서 했다. 직전 직장이던 투썸보다 근무 조건과 근무 분위기가 한결 좋았다. 월급 140만 원, 하루 9시간 근무에 휴게시간은 1시간, 수습이 끝나면 월차와 연차 등 혜택도 많았다. 

좋았던 근무 조건과는 다르게 아쉽게도 재료나 커피(원두)를 가지고 연습을 하거나 실험적인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다. 주문했던 재료들과 사용된 재료들의 정확한 수치에만 맞추도록 강요받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 빡빡한 재고관리와 기계적으로 만들기만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결국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고 말았다. 

 

경험으로 느낀 프랜차이즈 장단점 

이렇게 세 군데의 프랜차이즈에서 3년 정도 일했다. 딱 보면 느껴지겠지만, 직원으로 카페에 근무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급여, 휴일, 휴가제도, 근무 시간 등 여러 조건에서 하는 일에 비해 받는 것이 매우 적다. 결국 이런 근무  환경이 커피에 열정을 쏟으려는 수많은 젊은 사람들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기도 한 것도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러나 개인 샵에서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커피 종류에 대한 실험과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또  서비스 향상을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다. 번화가의 프랜차이즈에서 자주 직면하는 바쁜 상황과 수많은 변수에 대해서도 대처하는 방법들을 배웠다. 서비스 직원으로서의 근무 태도는 물론, 커피의 품질 보관 방법, 재고 관리법 등  카페 운영의 필수 요소들에 대해서도 숙달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편부터는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그 제조법 등 카페 운영과 관련된 노하우 등을 좀 더 세밀하게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