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앤디 루빈 ‘에센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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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치 1조, 2년 만에 망하다

수백억 투자유치를 받아도 망하는 스타트업들은 있다. 필자도 2천억 투자받은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다가 회사가 망하는 걸 직접 겪어본 일이 있다. 그 후로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쓰러질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특히 2019년에 쓰러진 스타트업 에센셜 프로덕트(Essential Product)는 친구가 일하고 있던 회사였기에 더욱 마음에 걸렸다. 

만약 삼성 스마트폰이나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라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Andy Rubin)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의 구글을 있게 한 그 앤디 루빈 말이다. 그는 2014년 불미스러운 일로 구글을 나온 뒤,  2017년 투자를 받아서 에센셜 프로덕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아이폰과 갤럭시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센셜폰*을 발표한 것이다.

*에센셜 폰(Essential Phone, 공식 명칭: Phone 또는 PH-1)[7]은 안드로이드의 공동 창업자 앤디 루빈에 의해 설계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서 제조, 개발, 마케팅은 에센셜 프로덕트가 맡았다. (출처 : 위키백과)

 

사진 출처 : Tech G / 에센셜 프로덕트 창립자이자,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시장에 너무 큰 도전이 아닐까 하는 주변의 우려도 컸지만 이미 한번 안드로이드를 성공시킨 앤디 루빈이기에 3천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에센셜폰을 발표할 때 회사 가치는 1조 원을 넘겼다. “역시 앤디 루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한 번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반드시 두 번째 도전도 성공 신화를 이어갈 거란 법은 없었다. 에센셜폰은 출시 후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은 연일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 앤디 루빈의 에센셜폰은 삼성만큼 혁신적인 기능이 있지도 않았고, 중국의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압도적인 가성비도 없었다. 에센셜폰의 티타늄 디자인은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은 압도적으로 스마트폰 디자인의 최강자 애플을 선택했다.

에센셜 프로덕트는 회생을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2019년 말 폐지를 발표했다. 함께 앤디 루빈의 신화도 끝났다.  

 

10%만이 성공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에서는 해마다 수백 개의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이 19년 9월 발표한 ‘벤처캐피털의 비밀 : 스타트업 4개 중 3개 실패(The Venture Capital Secret: 3 Out of 4 Start-Ups Fail) 통계에 따르면 약 60%는 실패하고 30%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약 10%만이 큰 성공을 거둔다. 성공하는 스타트업 중엔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성공 시켜서 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맞춤)을 찾는 경우도 있고, 에센셜처럼 상위 1%의 조건으로 시작해도 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맞춤)을 찾지 못해 3천억의 투자금을 받고도 2년 만에 망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일수록 투자유치를 받을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변화하고 있다. 앤디 루빈 같이 한 번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다음 사업이 연이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일수록 이전의 헝그리 정신은 사라지고 한 번 성공했던 방식을 기억해서 익숙함을 추구하다 보니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곤 한다. 이 매너리즘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창업자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에센셜 프로덕트의 에센셜폰은 이런 실수의 가장 좋은 예시다. 당시 기존의 소비자들은 삼성이나 애플의 휴대폰에 큰 결함이나 불편을 겪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격, 디자인, 기능 모든 면에서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에센셜폰은 아이폰과 갤럭시폰을 상대로 무모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런 앤디 루빈을 믿고 무모한 투자를 한 투자자들 모두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꿈을 꾸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삼성과 애플에 도전장을 내민 에센셜 프로덕트의 PH-1(에센셜폰)

 

에센셜 프로덕트의 실패를 눈으로 목격하고도 실리콘밸리에는 여전히 수백 개의 스타트업들이 저마다 비전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들은 앤디 루빈의 에센셜 프로덕트 사건을 마냥 비웃음거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다짐한다.
실리콘밸리는 앤디 루빈 같은 사람들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다. 더불어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에게만 투자금이 몰리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대학생부터 평범한 회사원이라도 좋은 제품과 비전이 있다면 투자유치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무모해도 기꺼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넘치고 또 그들을 지원하는 투자금이 모이고 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열정가를 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