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는 사냥개? 트위터 잭 도로시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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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들은 영웅으로 물러나거나, 길게 살아남아 본인이 스스로 악인이 되어 가는 것을 본다.”

최근에 ‘타다 금지법’이 발행되면서 규제와 맞서던 이재웅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업을 위해 싸우다가 쓰러진 비장한 모습을 남겼다. 

같은 시각 미국에서는 혁신의 아이콘, 트위터 (Twitter)와 스퀘어 (Square)의 창업자 이자 CEO 잭 도로시(Jack Dorsey)에 대한 해임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것이 인터넷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한 때 스타트업의 영웅이었던 잭 도로시는 지금 트위터에서 걸림돌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다.

실적 못 내면 창업자도 걸림돌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 창업자가 직접 자본과 직원들을 모아서 초창기 때부터 회사를 만들었는데 도대체 왜 창업자가 자기 스타트업에서 ‘잘리는’ 사태가 일어나는 걸까? 한국처럼 재벌의 모습에 익숙한 곳에서는 재벌가 안에서 가족 싸움이 벌어지거나, 회사들끼리 인수합병의 혼란을 치르는 것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해고당하는 모습은 흔하지 않다. 대한항공 회장이나 삼성의 회장이 생판 남한테 그룹의 회장직을 맡기는 모습 또는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회장들이 해고 당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습을 실리콘밸리에서는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창업자들은 투자를 받아서 확장하는 게 거의 불문율이 됐다. 이 말은 창업자의 회사를 투자자들과 나눈다는 얘기와 같다. 몇 번의 투자를 더 받고 나면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의 지분이 늘어나고 창업자의 지분은 약 20% 내외까지 줄어드는데 이렇게 지분율이 낮아질수록 투자자들 처지에서는 창업자를 쉽게 몰아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 

아무리 트위터를 창업하고 지금의 대기업까지 만들어낸 잭 도로시였다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잭 도로시는 굉장히 존경받는 트위터의  CEO이며 아직도 수익을 탄탄하게 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기에 투자자들은 당장이라도 잭 도로시를 몰아내려고 한다. 한때는 트위터를 창업한 영웅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것이다.

잘하고 있는데도 해임안건이 올라올 정도이니 만약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이 한국의 재벌가의 흉내를 내서 본인의 영향력을 독단적으로 행세하거나 스타트업의 실적이 하락한다면 투자자들은 가차 없이 창업자를 회사에서 해고해 버릴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한 푼도 못 받고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일화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영웅으로 물러나는 법도 배워야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시작 단계의 계획도 철저하게 세우지만, 동시에 출구(exit) 계획도 같이 세워나간다. 회사를 어느 정도 규모까지 키울 계획인 건지, 주식상장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인수합병으로 넘길 여지가 있는지 등등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제품을 만들어나간다. 주식상장을 할 수 있다면 CEO가 되어서 조금 더 오래 연명할 수 있지만, 인수합병이 된다면 5년 이내에 해고당할 확률은 굉장히 높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예외도 있다. 이들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잭 도로시 처럼 잘릴 수 있는 사태도 맞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두 사람은 굉장히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빌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었고 수많은 자선사업을 통해서 존경을 받는 반면에, 경영일선에 남아 있는 마크 주커버그는 정치계에서도 개인정보 정책과 같은 이슈로 크게 공격받는 공공연한 악당이 되어버렸다.  

결국 성공한 창업의 끝은 인수합병 아니면 대기업이 되는 모습이다.  그 후 왕관의 무게를 버틸 자리에는 ‘창업자’가 아니라 ‘경영’을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창업’이라는 사냥이 끝났기 때문에 ‘창업자’라는 사냥개는 더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자들은 영웅으로 대접받지만 끝까지 자신의 회사를 붙들고 있는 창업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점차 악당 취급을 받으면서 온갖 부담과 책임이 전가된다. 

목표가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면, 현명한 출구 (exit) 계획, 영웅으로 물러나는 법도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