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커피숍 매니저로 두 번째 도전

광주 핫플레이스 ‘동명동’

고향 광주에서 나만의 커피숍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나 몇 군데 프랜차이즈에서의 경험만으로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 이번에 개인 커피숍에서 일을 배워보자!”

광주의 핫플레이스, ‘동명동’을 찾았다. 여기에서 한눈에 들어온 곳은 오픈을 앞두고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었던 ‘베라장’이라는 카페였다. 특히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을 강조하면서 통유리로 된 외관이 멋졌다. 홍차와 커피 두 가지를 함께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당연히 일하는 사람도 구하는 중이었다. 

 

베라장의 전경 (출처 : 네이버 플레이스)

 

메일로 이력서를 넣자마자 곧장 연락이 왔다. 다음날 바로 면접을 보았다. 대표님은 원래 ‘홍차전문점’을 꿈꾸었고, 그에 맞는 티포트와 찻잔. 그리고 커트러리등 디테일한 부분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였다. 이때 내 생각을 말했다. “에너지 넘치는 동명동에 커피가 주인 가게가 오히려 절실합니다. 매장의 인테리어와도 너무 잘 어울리는 거 같네요“

의외로 대표님은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베라장을 아예 ‘커피전문점’으로 바꾸기로 했다. 면접에서 채용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습 3개월, 하루 9시간, 주 6일을 근무하기로 했다. 직함은 매니저, 매장관리자로 일하기로 했다. 문을 연 베라장에서의 근무는 전쟁통이나 다름없었다. 밀려드는 손님과 손발이 맞지 않는 직원들, 익숙하지 않은 커피머신. 제조과정. 이 모든 게 대형 프랜차이즈에서의 경험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해 운영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근무 조건과 밀려드는 일거리에 직원들이 하나둘 퇴사했다. 내 일 하기도 힘든 상황에, 새로 들어 온 직원들을 위한 반복된 교육으로 내 몸과 마음은 더욱 지쳐갔다. 설상가상. 매장이 문을 연 지 채 두 달이 안되었을때  대형 사고가 터졌다.

 

오래된 건물은 수압을 체크해야  

바로 수압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의 특징은 지하 수도관이 바닥에 매립되어 있지 않고, 물탱크가 옥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 베라장 역시 옥상에 물탱크가 있어 수도관이 옥상으로 올라가서 다시 내려오는 형태의 구조였다. 그로 인해 매장으로 유입되는 수압이 매우 약했다. 커피머신의 경우 수압이 높아야 올바른 추출이 이뤄질 수 있다. 베라장은 커피머신뿐만 아니라  개수대, 화장실의 수도까지 턱없이 수압이 약했다. 

기계의 수압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몇 가지 있다. 개수대 물을 틀어두고 커피머신의 추출 버튼 중 ‘물 흘리는(프리버튼)’을 눌러주면 수압이 약한 건물의 경우 기계에서 과한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 또, 뜨거운 우유를 데울 때 사용되는 스팀 역시, 추출과 동시에 이뤄질 수 없고 조금 더 심각한 경우엔 커피머신의 전원이 꺼지기도 한다. 

베라장의 경우 가장 심각한 경우로 나타났다. 피크타임 주말 저녁 6시부터 커피머신의 큰 소음과 함께 추출이 안 되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전원이 꺼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이러한 건물에 커피머신을 설치하고 운용하려면 가압펌프(수압을 밀어주는)를 바닥이나 매장으로 유입되는 배수관의 시작 지점에 설치해야 한다. 결국 배라장도 이런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베라장을 떠나 나만의 가게를 준비하다 

매장이 오픈한지 1년이 넘어간 시점부터 동명동엔 수없이 많은 카페와 음식점 등이 생겨났다. 비슷한 업체가 늘고 또 더욱 경쟁력 있는 가게들이 옆으로 즐비해지면서 매장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인건비를 줄여나가면서 직원들도 하나둘 떠났다. 나도 그렇게 나의 15개월간의 개인 숍 매니저로서의 베라장 근무를 마무리했다. 

입사 전에는 개인 숍에서의 근무라면 커피에 관한 지식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고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매우 잘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베라장은 워낙 바쁜 매장이었고, 인테리어 구조도 손님과  소통하기 좋은 형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베라장에서의 근무는 나만의 가게를 창업하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커피에 관한 지식과 실습 부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테이스팅을 하는 일들은 지금 내가 운영하는 매장의 기반이 되어준 셈이다. 

또 한편으론 사업에 관해서도 많이 배웠다. 매니저로서의 근무는 업장을 운영하기에 필요한 비용과 거래처의 정보. 실험적인 부분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원가 대비 마진율, 매출 대비 계산법 등은 창업을 준비할때  꼭 알아야 하는 법칙이다. 그 외 거래처 정보와 이들과의 관계 등은 현장 근무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부분들이다.

내가 커피를 잘한다고, 많이 안다고 해서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요리를 잘한다고 식당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실무적인 경험과 더불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서류적인 부분까지 개인 숍에서의 근무는 창업을 앞둔 사람으로서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알고 마시자 커피 tips

1) 추출 압력과 커피 맛의 차이 

커피머신에는 두 가지의 압력이 존재한다. 추출압력과 스팀 압력(우유를 데울 때 사용되는 압력)이다.

베라장에서 사용했던  ‘FEAMA사의 E98 모델’은 스팀 압력이 높은 편으로 짧은 시간에 우유 스티밍이 가능한 데 반해 좋은 질감을 가진 우유 거품을 내기엔 어렵다. 그래서 스팀 압력을 낮춰서 좋은 질감을 가진 스팀 밀크를 만들어 내야 했다. 

 

FEAMA사의 E98 (출처 : FEAMA)

 

스팀압력을 낮추면 추출되는 물 온도도 같이 낮아진다. 이때 본인이 사용하는 커피(원두)의 로스팅 정도가 얼마정도인지, 원두와 머신의 이해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추출되는 온도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로스팅 정도가 오래 될수록(이하 강배전) 커피 결과물에선 깊고 진한 향미를 많이 나타내고, 로스팅 정도가 길지 않으면 (이하 약배전) 산미가 도드라지는 향미를 나타낸다. 

이와함께 물 온도가 높을수록 커피의 카페인은 증발하고, 탄닌 성분이 많이 추출되어, 진하고 씁쓸하고 떫은 커피맛이 난다. 반대로 추출되는 온도가 낮을수록 진하고 씁쓸한 향미는 조금 낮아진다. 이런 기준점은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야 커피머신의 선택부터 세팅까지 올바르게 이뤄낼수 있다. 

 

2) 에스프레소의 변신 

아메리카노의 기본이 되는 것이 에스프레소입니다. 커피머신을 통해 추출이 되어 냉수나 온수와 만나면 흔히 말 하는 ‘아.아’ 아이스아메리카노 ‘뜨.아’ 뜨거운아메리카노가 된다.

압축한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뽑아낸 이탈리안 정통커피를 말하는데  우리가 느낄수 있는 쓰고 시고 진한향을 모두 품고 있다. 로스터(커피를볶는자)의가능성과 추출자(바리스타)의 견문을 알수 있는 결과물이라 할수 있다. 

 

 

이 에스프레소에 우유가 들어가면 카페라떼가 되는것이고, 바닐라시럽 또는 파우더에 에스프레소를 넣고 잘 녹인 다음 우유를 부으면 바닐라라떼가 된다. 카라멜마키아토도 마찬가지다.

 

이수형
카페 운영 | ‘리메인커피’라는 작은 커피편집샵을 운영 중입니다. 여러 종류, 여러 나라의 커피를 경험으로 해석하여 내어드립니다. 커피 한 잔으로 취향을 고민하고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