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바꾼 아프리카에서 7년_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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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족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교육

Kg’oesakene; Looking for Life

산(San)족이 원하는 교육은 무엇일까? 다시 야생으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삶에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안은 채 3박 4일에 걸친 주민 공동 워크숍이 진행됐다. 마을 당 2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주민이 참여했다. 보츠와나 교육부 공무원들과 지역 의회 관계자들의 협조하에 우리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우선 주민들을 그룹별로 나눴다.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나 중도 포기한 사람들, 초등학교 정규과정을 모두 마친 사람들, 초등학교 이후 중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 네 그룹으로 나눠 이야기를 따로 들었다. 우리가 던진 질문은 딱 두 가지였다.

 

  • 왜 정부에서 제공하는 학교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룹별로 답변이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으로 나온 내용을 취합했다.

 

1) 왜 정부에서 제공하는 학교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어요. 같은 산(San)족이라고 해도 총 13개의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런 우리에게 일반 바츠와나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부터 배우라고 강요하지요. 내가 말하는 우리말도 읽고 쓸 줄을 모르는데 학교에 가면 영어와 세츠와나부터 가르치니 힘들어요.
  • 우리 부시맨들은 대부분이 알코올과 담배를 즐기며 살아요. 마음대로 술도 실컷 마실 수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좋아요.
  • 중요성을 모르겠어요. 정부의 강요로 자식들을 초등학교에 보냈어요. 초등학교 졸업 후 고등교육으로 진학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것은 어떻게 감당합니까? 고등교육을 나오지 못하면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그럴 것이라면 “초등학교에 괜히 보냈구나”라며 후회가 돼요.
  •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돈이라도 벌 수 있잖아요
  • 다 늙은 나이에 글을 배우겠다고 학교에 오는 것이 부끄러워요

 

2)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 교육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중에 이미 교육을 받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같은 산(San)족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통해 직접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교육이 주는 축복이 뭔지 들을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 학교 수업 후에 자유롭게 알코올과 마약 사용을 허락해 준다든지 그렇지 않다면 왜 이것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세싸롸(Sesarwa)부터 가르쳐 주세요.
  •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관리해줄 헌신적인 교사가 필요해요.
  • 교육 후 우리가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공식 수료증을 발급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아이들을 위한 보건위생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 부시맨들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에 익숙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놀다가 다쳤을 때, 곤충에 물려 상처가 났을 때 현대사회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우리는 잘 몰라요.
  •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직업훈련 교육을 제공해 주세요. 그럼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라도 되겠지요.

 

직접 대답해 준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 사업을 기획했다. 문해 교육에 필요한 교재를 산(San)족 언어인, 세싸롸 (Sesarwa)로 번역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의 언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을 통해 삶이 바뀐 산족 출신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더 나아가 유아 학부모를 대상으로 보건 위생 워크숍을 개최했다.

 

산족을 위한 교육 인식개선 워크숍

 

 

모든 것이 해결되는 모습을 보고 보츠와나를 떠나면 좋았겠지만, 4박 5일의 시간은 너무 짧았다. 산족이 직면한 문제는 보츠와나 정부와 이곳 주민들이 긴 시간을 두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저 우리가 닦아놓은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7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최근 한국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해외에서 일을 구하거나,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 취업하기를 원한다는 소식을 많이 접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국제개발에 대해 조언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았다. 유엔의 정식직원으로 일하지는 않았지만, 7년간 이어온 국제 개발 협력에 대한 경험을 다양한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먼저 우리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당장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기보다는 함께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가서 일해보면 이것이 쉽지 않다. 자신이 잘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돈을 가지고 있다고, 도움을 주러 왔다고 스스로 우월감을 가지고 상대를 낮추어 보는 시선을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설명했듯이,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라’라는 말처럼 겸손한 자세로 그 사회에서 원하는 역할과 위치에 맞는 행동과 언행을 따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족 청소년들과 함께

 

예를 들어 내가 오랫동안 근무한 레소토와 보츠와나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하 관계가 확실히 나뉘어 있는 사회구조였다. 어쩌면 한국보다도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내가 만약 이들의 문화를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한다면 그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파트너들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졌느냐에 따라 그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좌지우지된다. 작은 말투나 행동이 모여 진심이 전달되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고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고 현장에 있는 담당자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현장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현장에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약에 현장에 가기로 했다면, 우리가 흔히 가지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고 그곳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청년들이 꾸준히 ‘순환’되어 나갈 수 있는 구조가 생긴다면 현장에서의 사업도 지속가능성을 갖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의 7년을 보낸 후, 나는 국제개발에 대한 이론 지식을 쌓기 위해 2017년 8월,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파리정치대학원에서 개발실무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국제개발 분야에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었던 석사과정 당시 이론을 통해 배운 국제개발 분야에서 ‘Do no harm’의 원칙을 발견하였다. 현지인들이 본래 누리고 있던 권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대로 참모습을 존중하고 그 가운데에서 함께 협력해 나가는 자세, 기억해야 하지만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그 기본원칙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가 다시 한번 떠올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온 아프리카, 레소토, 보츠와나에서의 그 감동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