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표 스타트업’들이 지금 몰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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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보다 보면 주인공 코난이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가 터진다. 오히려 ‘코난과 어울리지 않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갖게 된다.

1999년도에 손정의는 야후를 최고의 벤처기업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00년도 닷컴 버블과 2008년도 서브프라임 사태를 직격으로 맞은 야후는 이름만 남기고 버티다가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 후 손정의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위워크와 우버를 미국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성장시켰다. 또 쿠팡을 한국 최고의 유통 스타트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코로나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2020년 지금  위워크는 폐업을 앞두고 있고 우버는 기업가치 폭락을 겪고 있다. 쿠팡을 포함해서 손정의가 투자한 수십개의 스타트업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1년 후 이 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패턴을 보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랑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들에게는 이미 사망 플래그의 위험이 보이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스타트업이 살아남고 자생하려면 마치 어린 생명을 키우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 환경과 조건이 필요하다. 물론 투자금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제품의 차별성, 건강한 조직문화 그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균형을 맞추면서 성장할 때 스타트업은 거대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90년대 야후를 최고 벤처기업으로 만들었던 손정의 (사진 츨처 : 불룸버그)

 

‘투자금’이라는 독이 든 성배 

손정의식 스타트업 키우기는 굉장히 특이한 점이 있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 가운데 투자금만 막대하게 몰아준다는 사실이다. 

균형을 맞추어가며 건강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꿈꾸던 창업자들이 손정의로부터 이렇게 돈을 받으면 변질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빠른 성장에만 힘을 써가며 받은 투자금으로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직원 채용과 제품(비즈니스) 확장에 우선순위를 철저히 두던 스타트업들이 성장 발전에만 올인하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막대한 투자금을 받은 손정의 표 스타트업들은 경쟁 상대에 비해서 빠르게 치고 올라간다. 쿠팡이 그랬고 위워크가 그랬다. 그렇지만 빠른 성장 때문에 무너진 균형을 철저히 돈으로 메워가며 버티는 건 어디까지나 투자금이 지속해서 들어올 때까지다.

그러므로 건강하지 못한 손정의 표 스타트업들은 손정의가 계속 돈을 빌려오고 그 돈을 레버리지 삼아서 또 돈을 빌리는, 다시 말해 투자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그 결과 경제위기가 오면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손정의식 투자가 성공하는 때도 있었다. 중국 최대의 기업 알리바바가 대표 예시다. 하지만 이건 손정의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그렇게 투자금을 받고도 초심을 유지하며 건실한 기업을 키워낸 마윈 회장이 대단한 것이다. 

20년 전 손정의는 야후의 빛나는 영광과 처참한 쇠락을 맛봤고, 지금은 본인이 투자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영광과 종말을 다시 함께하고 있다. 이제는 손정의도 한여름밤의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스타트업들도 이러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서 왜 손정의식 투자가 실패했고 어떻게 해야 ‘투자금’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받아서 성장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2000년도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구글이 날아올랐고 2008년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페이스북과 애플이 날아올랐다. 이번에도 경제위기가 지나가면 새로운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 새로운 스타들과 손정의가 함께 갈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