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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다_다른 사람을 경험하다

공백의 독서 에세이_동사로 쓰다 | 6화 | 공백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라는 말이 있다. 극 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 쉽게 말하자면 연기할 때 배역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연기 방법이다. <배트맨>에서 조커를 연기한 잭 니콜슨, <악마를 보았다>에서 살인마 역을 맡았던 최민식, <레버넌트>의 디카프리오나 톰 하디를 보며 관객들은 엄청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한다. 마치 빙의라도 된 듯한 이들의 연기는 때로는 경이롭고, 때로는 위태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고도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보며, 나는 종종 궁금해하곤 했다.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타인이 되려면 우리는 얼마나 큰 집중력과 집요함을 가져야 하는 걸까? 나 같은 일반인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들과 이야기하는’ 메소드 독서

16세기 사상가이자 군주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마키아밸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마키아밸리는 책을 읽을 때 책의 저자에게 어울리는 의상을 갖춰 입고 읽곤 했는데, 저자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그들과 이야기한다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도 묻지. 그러면 그들은 친절히 대답해 준다네.”

자칫 기괴해 보일 수 있는 이 행위는 마키아밸리가 독서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책을 읽으며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고, 저자 혹은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지루함, 괴로움, 가난, 죽음을 모두 이겨냈다고 고백하고 있다. ‘메소드 연기’뿐만 아니라 ‘메소드 독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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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유튜브 '공백의 책단장' 운영

유튜브 채널 <공백의 책단장>을 운영하는 북 크리에이터입니다. 북 멘토, 독서 관련 전시 큐레이터, 강의 등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

  • 책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많은 집중력과 이해력이 필요한 것 같아서 참 어렵고 숙련이 필요한 행위인 것 같아요 🙂 저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데 장편소설 등장인물들에 몰입해서 나름 스토리에 들어가서 읽기가 가능한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읽기에 급급해 들어가는 행위까지 가는 책들이 많지는 않아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