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도전… 진땀 뺀 면접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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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보다 실력으로 인재를 뽑는 플랫폼 

트리플바이트라는 회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엔지니어를 연결해주는 AI 기반 인재채용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영국 출신의 벤처 전문 투자자 Harj(하지), 엔지니어 출신 Ammon(아몬)과 프랑스인 엔지니어 Guillaume(기욤, 우리는 줄여서 G라고 부른다) 세 명이 시작했다. 하지는 Y Combinator라는 유명한 벤처 캐피탈의 파트너였기에 많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고, 이 덕분에 천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현 트리플바이트 CEO 아몬은 굉장히 흥미로운 사람이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기초교육을 제외하고는 배울 기회가 없어 스스로 백과사전을 A부터 Z까지 여러 번 독파하면서 독학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일찍 대학에 갔지만, 등록금 문제로 유명한 곳에는 입학할 수 없었다. 졸업 후에는 출신 학교 때문에 번번이 엔지니어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러던  그가 미디어 플랫폼 ‘트위치’에서 진행한 해커톤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면서  실리콘밸리 취업의 기회를 잡았다고 한다. 

현 트리플바이트 CTO 기욤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을 당시, 천재적인 엔지니어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증명할 방법도, 연결해줄 네트워크도 없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페이스북 본사를 찾아가서 데스크 직원에게 일자리 있냐고 물어봤단다. 데스크 직원은 ‘저쪽 벽에 게시판에 전화번호라도 남기라’고 했고, 기욤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스파클링 워터를 한 캔 받고 돌아갔다. 재밌게도 그 쪽지는 페이스북과는 관련 없는 외부인이 발견해서 연락하게 되었고 그렇게 커리어가 시작됐다고 한다.

아몬과 기욤은 이렇게 백그라운드에 두터운 신념을 가지는 미국 리크루팅 시스템에 불만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뛰어난 엔지니어를 정확하게 분별하는 퀴즈’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코딩 스킬을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으면 학교 이름과 출신 회사로 결정되는 레주메 일변도의 취업 환경을 뒤집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들은 각종 컴퓨터 언어와 프레임워크에 통달한 코드 덕후였기 때문에 단 일주일 만에 퀴즈와 퀴즈 플랫폼을 제작한다.

 

AI로 면접을 보는 지원자 (사진 출처 : Hirevue 사)

위 내용은 나에게 전화를 건 고용 매니저가 알려준 이야기이다. 물론 디테일은 입사한 뒤 본인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나와 전화 면접을 실시한 매니저 애런은 열정적으로 트리플바이트가 왜 시작했는지, 어떤 비전과 미션을 가졌는지, 현재 프로덕트로 어떻게 발전할 계획을 하고 있는지 총 45분의 전화 면접 시간 중 30분이나 써가며 이야기했다.  

전화 면접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이야기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최대한 남은 15분 만에 내가 왜 다른 지원자들과는 다른지 속사포 랩으로 이야기해야만 했다. 다행히 전화하기 얼마 전 대략 적어놓은 자기 PR 정리 쪽지가 도움이 되었다.

뭐 이렇게 짧은 시간으로 합격 불합격 결정이 날까 싶었는데, 대략 두시간 뒤 ‘사내 면접을 진행하고 싶으니 편한 날짜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금요일 아침 10시가 좋겠다고 했다. 곧 컨펌 이메일과 함께 간략한 면접 포맷도 첨부해서 받을 수 있었다.

 

트리플바이트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1.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와 함께하는 모의 브레인스토밍 미팅
  2. 제한 시간 45분 미니 디자인 챌린지
  3. 다른 팀원들과의 면접과 디자인 포트폴리오 프리젠테이션

 

모의 브레인스토밍 

모의 브레인스토밍 미팅에서는 화이트보드를 놓고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와 쉴 새 없이 의견을 교환한다. 먼저 프로덕트 매니저가 주제(현재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할지 등)를 주면, 나는 화이트보드에 자유롭게 유저 플로우를 휘갈기며 설명한다. 그러면 프로덕트 매니저와 엔지니어가 몇 군데에서 태클을 걸거나, 비판하거나,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내가 “여기에서는 프로필 페이지가 뜨고 사용자3의 어떤 정보가 제공된다”라고 하면 “그 정보는 어떻게 시각화하는데? 그냥 텍스트로 남길래?”, “왜 그래프를 써야 해? 그냥 숫자를 알려주는 것보다 무엇이 나은데?”, “이런 핵심 버튼도 필요한데, 지금 이 레이아웃에서 어디에 추가하는 게 좋을까?” 등의 질문이 마구 쏟아진다.

나는 이 면접 단계가 가장 어려웠는데, 이전 회사들에서는 당연하게 넘어갔던 디자인 결정들이 “왜?”라는 간단한 질문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에 난 애런으로부터 모의 브레인스토밍 면접에서 점수가 낮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디자인 챌린지 

모의 브레인스토밍이 끝난 뒤 잠시 점심 브레이크가 주어진 후에 디자인 챌린지가 바로 이어졌다.  주제는 챌린지 시작 직전에 알려주며 단 45분 만에 시각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 대부분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에는 1주일 정도의 여유를 갖고 디자인 숙제가 주어진다. 하지만 트리플바이트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첫째로, 여러 날을 거치는 리크루팅 프로세스는 진을 빠지게 해 부정적인 경험을 주고 고용으로 이루어지지 않을시 깊은 허탈감을 주기 때문이며, 둘째, 스타트업에서는 정교하고 예쁜 디자인을 일주일 안에 만드는 스킬보다 직장 동료와 나눈 5분 대화에서 번뜩였던 아이디어를 단번에 시각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순발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디자인 포맷은 자유인데, 다른 디자인을 베껴도 상관없다. 트리플바이트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짧은 시간이기에 이미지는 네모 플레이스 홀더로 대체해도 좋다. “준비하시고, … 굿 럭!” 경쾌하게 이야기한 면접관은 회의실을 나가며 디자이너가 45분간 스스로와 싸움을 하게 놔둔다. 나는 여타 미국인 디자이너처럼 유려하게 내 디자인을 설명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 부분을 디자인할 때에도 ‘눈으로만 봐도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디테일함을 추구하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를 끌어내야 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나는 평소 하던 것처럼 간단한 일러스트레이션도 제작하며 만들었고 나름의 색깔을 입힐 때쯤 다 됐다는 신호와 함께 프로덕트 매니저와 엔지니어가 미팅 룸에 들어왔다.

그들은 서서히 글러브를 끼며 [Why 지옥]에 다시 한번 나를 가둬놓고 두둘겨 팰 준비를 한다. 철저히 가드를 올리지 않으면 속절없이 다리가 풀릴 것임을 알고 있기에 (1라운드에서 이미 몇 번 링 위에 대자로 누웠다) 디자인하면서도 최대한 예상 질문을 섀도 복싱하며 머릿속에 박아놓았다. 어찌 됐든 순발력을 발휘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들어오는 질문에 질문으로 되받아치는 재치를 보였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런 디자인을 했습니다. 이렇게 질문하시는 이유는 어떤 metric(핵심 수치)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인가요? 전체 버튼 클릭 수인가요, 아니면 핵심 유저들만의 클릭 수인가요?” 이야기하면서도 ‘와, 나는 정말 대답 잘했네. 나는 엄마 닮아서 머리가 좋긴 한가보다’라고 자찬 중이었는데 애런은 곧바로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뿔싸, 카운터의 카운터는 생각 못 했다. 

 

마지막 단계  프리젠테이션 

마지막 프리젠테이션 면접은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미 방전되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상태였고 애초에 포트폴리오 쇼케이스라는 면접 특성상 오고 갈 말이 크게 없다. 고작 해봐야 이런 디자인을 적용할 때 어떻게 개발했는지, 어떤 부분이 너의 역할이었는지 정도이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가 하면, 마지막 면접 전에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봤었다. 애런은 “오른쪽 문으로 나가 복도에서 왼쪽으로 꺾은 후 오른쪽이다.”라고 말해줬을 때 기억할 자신이 없어서 나는 다시 물었다. “아… 그래서 오른쪽이라고요? 왼쪽이라고요?” 애런은 웃으며 농담했다. “왼쪽, 오른쪽 그것이 문제입니다” 나는 결국 화장실을 대충 좌수 법으로 왼쪽 벽을 짚어가며 찾았다.

모든 걸 마치고 나와, 나는 건물 밖을 나섰다. 눈앞에 건너편 스타벅스가 보였고, 아이스 모카를 한 잔 마셨다. 그제야 직장인들이 바쁘게 오가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복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이런 멋지고 활기찬 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아침에 지하철을 내리면 수많은 기업인, 엔지니어, 투자자, 디자이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출근하는 모습은 내가 꿈에 그리던 나의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일단 랩탑을 켜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오늘 낸 병가 휴가가 제대로 적용됐는지 확인한 다음,  매니저에게 다음 주 월요일 몸 상태를 보고 출근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침대에 잠깐 누울까 하다가, 랩탑 충전기를 트리플바이트에 놓고 온 것을 발견했다. 몹시 곤란해진 나는 애런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늘 만나서… (대충 면접 기회를 줘서 감사했다는 내용)… 충전기를 미팅 룸에 두고 와서, 다시 받으러 가야겠다.” 그러자 얼마 안 가 그에게서 답이 왔다. “내일 토요일에 잠시 나오세요. 다음 스텝에 대해 알려줄 것도 있으니 말이에요.”

 

나는 이게 마지막 스텝인 줄 알았는데, 무슨 면접이 더 남았는지 약간의 배신감이 밀려올 때쯤 추가로 문자가 도착한다. “당신에게 오퍼를 주기로 했어요. 어차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테니 내일 점심에 회사로 오세요.”

처음 링크드인을 통해 트리플바이트라는 회사를 알게되었고, 전화 면접과 최종 합격, 오퍼를 받기까지 단 1주일이 걸렸다. 남은 것은 연봉 협상과 비자 문제 해결뿐이었다. 그날은 저녁을 먹을 힘도 없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