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15분, 딱 500자까지 씁시다

일단은 ‘15분만’ 그냥 씁시다

이제 소재도 잡았으니 써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무엇을 써야지, 까지만 생각하고 머뭇거리다가 마는 경우도 많다.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만 하느라 기운을 다 써서 지쳐버리는 사람. “그래, 뭐라도 써보자.”라는 의욕과 “그래서 이 글을 써서 뭘 말하려고 하는 건데.”라는 회의 사이를 갈지 자로 오가며 트위스트를 추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때가 꽤 많았다.

생각이 많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15분 동안 타이머를 맞춰두고 글을 쓰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바깥에 나가 관찰한 것들을 글로 옮길 때처럼, 이때도 글의 개연성과 완성도나 문장 간의 연결은 생각하지 말고 그저 손이 가는 대로 15분 동안 단 한숨도 ‘쉬지 않고’ 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는 순간 손가락에는 또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15분이 끝날 때까지 손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이자. 손글씨도 괜찮고, 필기구를 사용하는 게 불편하면 키보드로 쓰는 것도 좋다. 가장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도구만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쉬지 않고 딱 15분 동안 쓰는 일에만 집중하면 나조차 몰랐던 내 생각을 끄집어내는 데에 효과가 있다. 글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마다 요긴하게 쓰는 이 방법은 망원동에 있는 서점 이후북스에서 2018년 여름에 수강한 독립출판 글쓰기 강좌에서 알게 된 방법이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작법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도 글쓰기 훈련을 위한 방법으로 시간을 정해둔 채 손을 쉬지 않고 써내려 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쉬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무조건 쓰는 방법은 생각이 많아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어쩐지 잘 써야 할 것 같다.”는 압박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쏟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타이머를 맞춰두면 종료 알람이 울릴 때까지는 압박과 자기검열을 벗어던지고 부담 없이 백지 위를 채울 수 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쓰자, 라는 결심도 좋지만 마음의 부담감 때문에 시작이 어렵다면 오늘은 15분만 타이머를 맞춰두고 아무거나 써 보는 건 어떨까.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는 “글쓰기는 결국 글쓰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나쁜 글도 써야 한다. 그러니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저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 써 봅시다. 하루 15분,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만이라도.

 

 

일단은 ‘500자만’ 채워 봅니다

15분 글쓰기처럼 시간을 정해두고 쓰는 것 외에, 분량을 정해두고 쓰는 것도 좋다. 일단은 500자만, A4 기준으로 약 반 페이지 정도만 채워보자. 타이머를 켠 채 15분간 쓰는 일도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생각이 나오는 것 같지 않고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럴 때는 방법을 바꿔보는 게 도움이 된다. 15분 글쓰기가 시작이 어려운 사람들이 일단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500자 글쓰기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의 파편을 모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15분 동안 앞뒤 재지 않고 마구 뱉어내듯이 썼던 문장들을 모아 이제는 500자 분량의 글로 써보자.

보통 얼마나 써야 글 한 편을 썼다고 할 수 있을까? 글의 장르와 매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에세이 한 편은 약 3,000자에서 4,000자, 그러니까 A4 기준으로 두어 장 정도다.  그런데 500자를 쓰고도 글 한 편을 썼다고 생각해도 되느냐고? 처음부터 하나의 주제로 A4 두 장짜리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중간에 포기하기에 십상이다. 혹은 “이걸 언제 다 채우지.”라는 막막함 때문에 어느 순간 분량을 ‘때우기’ 위한 문장을 쓰게 될 수도 있다.

글의 길이는 곧 생각의 길이다. 처음부터 4,000자 분량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끈기있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스쿼트 한 번도 무릎이 나가지 않게 조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는데, 유독 글쓰기라는 활동은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비가 없는 것 같다. 몇 줄만 끼적이면 그게 무슨 글이냐며 다그치는 엄격한 호랑이 선생이 되어 스스로 다그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내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당장 달성할 수 있을만한 목표부터 시작해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운동처럼 매일 작은 성취가 쌓이며 몸에 익숙해져야 글쓰기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매일 오늘의 글을 썼다는 작은 성취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니 일단은 매일 15분, 딱 500자까지만 쓰는 걸로 시작을 해보자.  한 페이지는 막막해도, 딱 반만 채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어느 순간 500자를 넘겨 더 쓰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생각의 길이를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4,000자도 그리 멀지 않아요.

황유미
프리랜서 작가 | <피구왕 서영> 을 출간했습니다.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지, 어떻게 끝까지 쓸 수 있을지 부딪히며 깨달은 것들을 차차 풀어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