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체력… 엉덩이 힘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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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한 달간 독립서점 이후 북스에서 진행하는 ‘글쓰기는 체력’이라는 온라인 모임에서 활동했다. ‘글쓰기는 체력’이라는 말이 또렷이 박힌 포스터를 보자마자 나는 “어쩜 이렇게 글쓰기랑 찰떡인 모임을 생각하셨지?!”라며 책방의 기획력에 감탄했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글을 쓰면서 자괴감을 느꼈던 순간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과거에 충분히 쌓아두지 못했던 역량이 아쉬울 때마다 자괴감은 더 깊어지곤 했다. 책 가리지 않고 읽기(어려운 책이라고 피하지 말고), 기록하기(특히 좋았던 문장 필사), 다양한 사회적 경험 등등. 과거의 내가 소홀했기에 지금 부족하다 느껴지는 것들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후회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운동’이다.

 

집중하지 못하면 몸을 점검해 볼 것 

고료를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야, 그러니까 글쓰기가 혼자만 즐기면 그만인 취미활동이 아니라 ‘일’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글쓰기는 두뇌 노동이 아니었다! 머리와 몸이 함께 움직여줘야만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활동이었다. 많은 작가가 글은 엉덩이 힘으로 쓴다는 말을 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 채, 책상 앞에 앉아 끝을 볼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지구력이 얼마나 글쓰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 다들 같은 말을 할까. 특히 소설가들은 ‘운동’을 매우 중요한 습관으로 꼽는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달리기를 하는 루틴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달리기 사랑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에세이에 잘 드러난다.

 

만약 글을 길게 써보려고 마음을 먹고 앉았는데도 15분에서 20분만 지나면 자꾸 딴짓을 하게 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쓰고 싶었던 글이라고 해도 A4 한 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습관적으로 반복된다면 진지하게 혹 체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평소 글쓰기를 얼마나 자주 하던 사람인지에 따라 글 한 편을 시작해서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사람마다 한 번에 발휘할 수 있는 집중력의 한계 또한 다르므로 어느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목표 지점을 뚜렷하게 정해둔 뒤에 시작한 글인데도 좀처럼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같은 지점만 맴도는 도돌이표 같다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 건강의 문제일 수 있으니 마음과 몸을 함께 다독여보자.

 

유산소 운동 2주 만에 나타난 효과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는) 나의 개인적 기준은 40분이다. 40분 동안 타이머를 맞춰두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의미 있는 문장이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주변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아 딴생각을 하게 된다면 문제는 의지력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고 보는 편이다. 실제로 한동안 단 40분도 쓰고 있는 글에 집중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조금만 지나도 옆에 있는 휴대폰을 보고 싶어졌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접속하는 만행(?)까지 함부로 저지르곤 했다. 글을 쓴다면서 마무리하기 전에 딴짓을 하는 건 쓰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신력으로 다스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집에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시작했고, 딱 2주만 지나도 효과는 보였다. 적어도 A4 두 쪽은 앉은 자리에서 한 호흡으로 딴짓을 하지 않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만약 집중에 최상인 환경을 조성한 뒤에 글을 쓰는데도 자꾸만 딴생각이 나거나 어떤 문장도 쓸 수 없다면 자책 대신 당장 몸 건강을 돌보자. 정신력을 다잡는 것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고,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생각도 끝까지 할 수 없다.

 

그러니 바라건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니, 결국 몸과 마음 건강을 두 손에 쥐고 다 챙길 수 있거든요. 언젠가 지금보다 더 긴 호흡의 글을 쓰기 위해서, 저는 오늘도 이만 운동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