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가요_Ep 2.

커피 향을 음미하는 공간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업장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무게감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카페에서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컨셉이 무엇인지 명확히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공간 구성을 했다. 단순히 화이트 톤에 대리석 인테리어 혹은 원목 소재의 우드톤 인테리어라기보단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비자들의 시선과 공간을 즐기는 감각들은 운영하는 오너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공간에 비치된 소품 하나하나와 동선 등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하며 즐기는 분들이 많다. 그렇기에 컨셉과 아이덴티티,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하나 세세히 짚어야만 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후로도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현장의 진행 과정을 꼼꼼히 지켜봤다.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구상이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구현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혹시나 생각과 다른 현장의 모습이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덴티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점점 구체화 되는 카페를 보고 처음 구상했던 소품들을 수정해가며, 분위기에 맞을 수 있도록 리스트를 수정했다.  

 

꼼꼼히 신경 쓴 소품들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식기 부자재들을 알아보았다. 여유롭지 않은 자본에 그나마 가성비 높게 우리 커피숍의 정체성을 높일 방법은 식기 부자재나 작은 소품들을 잘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Bar에서나 사용되는 ‘온더록스 잔’과 냉동에 얼린 잔, 홍차 찻잔, 음료마다 같이 내어주는 샵카드(음료소개 혹은 핸드드립 소개 카드)를 제작하여 같이 내어줘야겠다고 결정했다. 

 

첫 콘셉은 ‘Slow coffee’

그 당시(2017)에 핸드드립 커피샵은 광주에서 흔치 않은 가게였기에, 소비자들이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고심 끝에 준비한 잔들과 샵카드를 고객에게 내어드리고, 그들이 더듬더듬 글을 읽고 잔을 집어 천천히 음미하며, 핸드드립 커피에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다양한 잔과 함께 내어드리는 샵카드

 

나의 첫 커피샵 시작 컨셉은 ‘Slow Coffee’였다. 핸드드립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머신 커피보다 만들기에 오래 걸리지만, 커피가 가진 고유의 향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즐기는 사람도 천천히 음미하고 식어가면서 달라지는 향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호를 ‘REMAINCOFFEE’ 라고 지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머무르다’라는 뜻을 가진 ‘Remain’이라는 단어가 핸드드립 커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많은 커피 매장들 그리고 저가 커피 브랜드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엔 SlowCoffee라는 콘셉이 잘 맞는 듯 싶었다. 올해로 매장 운영 4년 차인 지금까지도 처음의 그 콘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오픈을 했다. 다음 화에선 운영해오면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 운영 방침 등을 다룬 ‘카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현실적인 방법 등도 함께 담아보겠다.

 

알고 마시자 커피 tips

1) 카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인슈패너(Einspanner)

카페에서 제공하는 아인슈패너, 가장 인기가 많다.

아인슈패너는 마차를 끄는 마부에서 파생된 이름이다. 과거 마부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마셨던 커피에서 유래했는데, 설탕과 생크림을 얹어 만든 커피를 말한다.

오스트리아 빈 지역에서 생겨났다고 해서 비엔나커피라도 불리는 이 커피는 몇 해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 중 정봉이의 소개팅 씬에서 나와 더욱 인기몰이가 된 커피이기도 하다. 아메리카노에 휘핑크림을 얹어 내어주는 메뉴나, 각각의 커피숍마다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나는 진하게 내린 더치커피에 함께 만든 생크림(우유 크림)을 얹는다. 베이스가 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혹은 더치커피 등이다. 집에서는 편하게 카누나 일회용 커피로도 만들 수 있다. 얹는 크림은 기성품인 휘핑크림보단 직접 배합한 수제 생크림이 훨씬 뛰어난 부드럽고 달콤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 

 *필자의 경우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커피가게 동경이라는 숍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샵 오픈 전 몇 번이고 방문해서 마셔보고 직접 체감하여 느껴보았다. 몇 년 전부터 아직까지 여전히 오래 기다려야 마실 수 있는 한 잔이지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기다림에 지친 마음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꼭 가보길 추천한다.

 

2) 위스키가 들어간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 

아이리시 커피

뜨거운 블랙커피에 위스키와 설탕을 넣어 만든 커피 칵테일이다. ‘아이리시’라는 이름은 재료로 사용되는 아일랜드산 아이리시 위스키에서 유래됐다. 

아인슈패너와 마찬가지로 뜨겁게 달군 커피가 특징이다. 거기에 굳이 아이리시 위스키가 아니라 증류주를 넣어도 괜찮다. 여기에 설탕을 넣고 차가운 생크림을 얹으면 된다. 위스키와 뜨겁게 데워진 커피. 그리고 차가운 생크림까지 한 모금 음미하다 보면 추위 이겨내기엔 이만한 음료가 없다. 개인적으론 찬 바람 불어오는 늦가을이나 초봄까지 아이리시 커피 한 잔을 즐겨 마시곤 한다. 

이 커피 칵테일 역시 커피숍마다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모히토 잔이나 고블렛 잔 등을 주로 사용하며 컵이 입에 닿는 부분에 소량의 레몬즙과 설탕을 묻혀 내어놓는 곳도 있다.

 

이수형
카페 운영 | ‘리메인커피’라는 작은 커피편집샵을 운영 중입니다. 여러 종류, 여러 나라의 커피를 경험으로 해석하여 내어드립니다. 커피 한 잔으로 취향을 고민하고 전해드립니다.